소리의 가능성을 찾아서: 버려진 것들 속 숨은 악기 후보들
일상 속에서 쓰고 버려지는 물건들은 대부분 쓰레기로 여겨진다. 하지만 시각을 조금만 바꾸면, 그것들은 새로운 생명을 가진 도구가 될 수 있다. 나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평범한 쓰레기 속에서 ‘소리’라는 또 하나의 가능성을 발견하고자 했다. 악기를 구매하지 않고, 있는 것을 조합해 악기로 재탄생시키는 것. 이것이 이번 도전의 핵심이었다.
처음에는 내가 소리를 낼 수 있을 만한 것들이 무엇이 있을지 주변을 살폈다. 투명한 플라스틱 병, 음료 캔, 깨진 접시, 자투리 나무 조각, 낡은 철사, 그리고 오래된 비닐관까지. 이들은 원래 각각의 용도가 있는 물건들이었지만, 나에게는 새로운 소리의 원천으로 다가왔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 병은 일정한 크기로 자르고 공기를 불어넣으면 휘파람처럼 맑은 소리를 낼 수 있었고, 금속 캔은 두드리는 부위와 힘에 따라 북처럼 다양한 울림을 만들어냈다.
폐목재는 가장 다양한 활용이 가능했다. 내가 찾은 것은 오래된 책상 다리와 잘려진 선반 조각이었는데, 이를 일정한 간격으로 고정하고 실을 걸어 만든 ‘목재 현악기’는 예상보다 훌륭한 음색을 내주었다. 이 과정에서 나는 재료의 두께, 길이, 재질이 소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배울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물리와 음향학적 지식도 함께 익혀졌다.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건, 각각의 재료가 가진 ‘자연스러운 소리’였다. 새것은 아닌, 시간이 묻은 물건들이 내는 소리는 오히려 더 따뜻하고 감성적이었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소리’라는 것이 꼭 고가의 장비나 정교한 기술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충분히 창조할 수 있는 감각임을 확신하게 되었다.

손끝으로 빚는 사운드: 직접 제작한 악기 3종의 탄생기
이번 프로젝트에서 나는 총 세 가지 악기를 만들었다. 각각 다른 성격과 구조를 가진 이 악기들은 모두 버려진 재료로만 만들어졌으며, 그 과정 속에서 나는 소리의 다양성과 창조의 재미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었다.
첫 번째는 ‘플라스틱 병 마라카스’였다. 커다란 탄산음료병에 자갈, 마른 콩, 깨진 유리조각을 조합해 넣었다. 재료의 조합을 달리하면 소리의 무게와 질감도 확연히 달라진다. 나는 여러 번 실험을 반복하며 가장 듣기 좋은 조합을 찾았고, 마라카스를 흔들 때 느껴지는 리듬감과 손끝의 반동이 꽤나 음악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상보다 훨씬 풍부한 사운드가 나와서 스스로도 놀랐다.
두 번째는 ‘폐목재 슬랩 드럼’이었다. 책상 다리 4개를 동일한 간격으로 자르고, 그 위에 얇은 합판을 덧대어 고정시켰다. 아래에는 빈 캔을 덧붙여 울림통 역할을 하게 했다. 손으로 직접 두드려보니, 소리의 높낮이는 다소 제한적이지만 타격에 따라 깊고 낮은 음색이 분명히 살아났다. 이 드럼은 단순한 북 소리를 넘어, 타악기의 기본 원리를 학습하는 좋은 도구가 되었다.
세 번째는 가장 복잡한 ‘철사 현악기’였다. 오래된 베란다 빨래 건조대에서 나온 철사와 버려진 나무 의자 등받이를 사용했다. 의자 프레임에 구멍을 뚫고 철사를 연결한 뒤, 고무밴드와 나무 못을 이용해 장력을 조절할 수 있게 만들었다. 당기는 강도에 따라 현의 울림이 달라졌고, 손가락으로 튕기거나 막대기로 건드렸을 때 색다른 사운드를 연출할 수 있었다. 물론 완벽한 음정을 내는 건 아니지만, 소리의 개성 하나만큼은 어디에도 뒤지지 않았다.
이 세 가지 악기를 제작하면서 가장 중요했던 건 ‘완성도’보다 ‘의미’였다. 소리를 내는 구조를 직접 설계하고 실험하면서, 나는 악기라는 것이 얼마나 창의성과 감각의 결과물인지 체감하게 되었다. 기성품을 넘어서, 내 손으로 만든 악기에서 나는 소리는 단순히 귀로 듣는 것을 넘어, 마음으로 느껴지는 음악이었다.
거리에서 울려 퍼진 사운드: 쓰레기로 만든 연주회의 감동
악기를 다 만들고 난 후, 나는 그것들을 단지 장식으로 남겨두고 싶지 않았다. 실제로 연주를 해보고 싶었고, 가능하다면 그 과정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그래서 친구들과 함께 소규모 거리 연주회를 기획했다. 장소는 집 근처의 자그마한 공원 벤치 앞. 악기들이 비록 정교하지는 않지만,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 수 있다는 자신감은 충분했다.
처음에는 지나가던 사람들이 멀리서 구경만 했다. 하지만 버려진 캔과 병으로 만든 악기에서 진짜 음악이 흘러나오자 반응이 바뀌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흥미로워하며 다가왔고, 어른들은 놀라움과 함께 박수를 쳐주었다. 한 아주머니는 “이게 진짜 쓰레기로 만든 거라고요?”라고 물었고, 나는 악기를 하나하나 보여주며 재료와 제작 과정을 설명해드렸다.
공연은 길지 않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진짜 음악회였다. 친구들이 함께 마라카스를 흔들고, 나는 철사 현악기를 연주했고, 아이들은 드럼을 두드렸다. 완벽한 하모니는 아니었지만, 그 안에는 함께하는 리듬과 감정이 있었다. 어떤 악기보다도 그 소리는 특별했고, 무엇보다 사람들의 표정이 음악의 진짜 가치를 증명해주었다.
이 연주회를 통해 나는 음악이란 완성도나 고급 장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함께할 수 있고, 누구나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꼈다. 버려진 것들이 악기로 다시 태어나고, 그 악기가 사람들과 감정을 나누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건 정말 감동적인 일이었다.
이후 나는 더 많은 사람들과 이 프로젝트를 나누고 싶어졌다. 쓰레기통이 아닌 악기 상자에서 다시 태어난 재료들. 그들의 울림은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창작의 자유를 증명해준다. 이 도전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새로운 소리, 새로운 재료를 찾고 있다.